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사람 인생이라는 걸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총 15년 동안 연재를 했습니다. 소년 만화의 대장급으로서 초기엔 훌륭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점점 후반부로 갈수록 작가의 한계를 여지없이 보여준 작품입니다. 복선을 셀 수 없이 많이 보여줬지만, 정작 보여준 장면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완결 당시엔 아쉽다기보다는 안타까움이 많이 묻어 나왔던 작품입니다.
전성기보다 하락기가 더 길었던 작품
블리치 연재 초기에는 작품의 개성과 재미를 모두 잡았습니다. 작가가 사신을 어떤 의도로 설정했는지 스토리를 통해 서서히 보여줘서 필요할 때마다 등장인물들을 통해 적시적소에 잘 설명했습니다. 각 등장인물들마다 고유한 캐릭터성이 있어 개성적이고 매력적입니다. 각 캐릭터 성격마다 어떤 액션 장면을 그려야 할지 잘 설정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소년 만화의 대장급으로서 정말 잘 나갔지만 중후반부부터는 모든 것이 정말 형편없었습니다. 어떻게든 더 연재해 보겠다는 의도 때문인지 세계관을 일관성 있게 가지 않고 억지로 확장하여 혼란만 더 야기시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스토리를 어이없이 비약시키거나 질질 끌어서 어이없는 전개를 잇습니다. 독자들은 블리치스럽다는 용어를 만들 정도로 크게 비관했습니다. 심지어 결말부에는 기존에 많이 넣어놨던 복선들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 독자들을 끝까지 실망시켰습니다. 과거의 영광이 무색할 정도로 어이없는 결말을 보였지만, 소설판을 통해 어느 정도 원작의 모자란 점들을 크게 보완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계점이 있었는데, 대다수 만화 독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끝이 나서 기존 남아있는 소수의 팬들만 인식이 개선됐다는 점입니다. 애니메이션도 계속 방영되는데, 원작의 단점들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전성기 때는 어땠을까?
전성기 때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블리치가 연재되고 나서 1년 만에 제50회 쇼가쿠칸 만화상 소년향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일본 작품 최초로 1억 부를 돌파한 작품으로 역대 일본 만화 누계 판매 부수 9위에 올랐습니다. 소년 점프의 대표작으로 오르면서 원피스, 나루토와 함께 출판사의 200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이 됐습니다. 원피스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았고, 판매량에서 나루토를 제치기도 했습니다. 서양에서도 상당히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드래곤볼 이후 가장 성공한 일본 만화 중 하나로 미국에서는 역대 일본 만화 판매 1 권당 판매량 순위 3위를 기록했습니다. 북미에서는 지역 월간 만화책 판매량 순위로 10위 안에 가뿐히 들었습니다. 사신이라는 동양풍의 소재가 많이 들어간 것과 매 회마다 멋진 액션, 알기 쉬운 설정 배경들이 많아서 작품감상에 편했다고 합니다. 서양은 한국처럼 원나블로만 부르지 않고, 원나블에 드래곤볼까지 포함하여 Big4, Forbiden4로 불렀습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았습니다. 2009년에는 한국 누계부수가 무려 300만 부에 도달하여 원피스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는 2000년대 후반까지만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서서히 하향하면서 처절하게 망가지며 완결이 납니다.
쿠보 타이토, 왜 빨리 완결을 짓지 않았을까?
항상 블리치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진작 빨리 완결했어야 했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이전부터 작가는 작화가 개성적이라 상당히 큰 강점인 반면, 스토리텔링은 상당히 약하기에 단점으로 크게 부각됐습니다. 블리치로 데뷔하기 전에는 한 작품만 연재했는데, 그것도 3권 만에 조기 완결 냈습니다. 이 전에는 데뷔작 낸 거 외에는 딱히 작품이 없었기에 단편 연재라면 몰라도 장기 연재할 역량은 충분치 않습니다. 블리치란 작품을 오래 연재해서 편집부뿐만 아니라 팬들로부터 여러 쓴소리를 많이 들었을 텐데도 스토리가 전혀 개선되지 않습니다. 이런 단점 때문에 작화의 장점이 크게 누그러진 안타까운 작품입니다. 작가의 한계에 대해 출판사와 편집부는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도, 왜 장기 연재를 감행했는지 지금도 의문입니다. 작가의 스토리 구성 방식은 캐릭터를 먼저 만들고 나서 캐릭터의 상황에 맞게 어떻게 활동할지 초점을 두고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의 한계점은 중단기 연재(단행본 기준으로 20권 정도 분량)에만 적용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중장기 연재로 넘어가면 불가능한 방식입니다. 각 캐릭터들마다 반영되는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작품이 크게 흥행했어도 작가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장기연재로서 한계가 있기에 빨리 완결을 지었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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