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의 어린 시절을 차지했던 애니메이션 리뷰를 적고자 합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리뷰를 해 줘서 오랜만에 봤는데, 오프닝 곡도 지금도 기억날 정도로 좋다고 느꼈네요. 추억의 향수를 맡으면서 이 애니메이션을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90년대 국산 애니메이션과 암울한 세계관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90년대 애니메이션은 뭐가 있을까요? 공중파에서 방영된 꼬비꼬비나 두치와 뿌꾸, 탱구와 울라숑 등 다양한 국산 애니메이션은 스케일보다는 캐주얼함과 캐릭터성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작된 국내 애니메이션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녹색전차 해모수였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만화잡지인 찬스에서 연재된 김재환 님의 컴뱃메탈 해모수라는 작품을 원작으로 하였는데, 한국방송 70주년 및 KBS 50년, 자사 애니메이션 기획 10주년 기념 작품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암울합니다. 테라라는 행성을 중심으로 세계관이 만들어지는데,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졌다고 합니다. 극중 초반에는 행성을 복구하고 있다는 평화적인 분위기였지만, 중반부에 이르면서 분위기가 무거워집니다. 별의 생명이 얼마 안 남았다던지, 시간이 없다던지 등 얼마 안 있으면 멸망한다고 매 화마다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결국 최종화에는 절정을 찍어 멸망 직전까지 갑니다. 정말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최후의 카운트 다운을 하는데, 거기다 주인공을 방해하는 강적이 등장하여 고전하는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그래도 마지막화의 최종 엔딩에서는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마쳤습니다.
밋밋함과 엄격한 심의등급
제작 과정에서 외부적으로는 심의 압박을 받고, 당시 만화의 폭력성을 규탄하는 분위기 때문에 폭력적인 장면은 많이 없습니다. 이런 영향 때문에 연출 자체도 밋밋한 감이 있습니다. 애초에 전차라는 게 전투 목적의 차량인데, 제대로 된 교전은 거의 안 보입니다. 심지어 탱크의 주포도 거의 쏘지 않고요. 중반부에 패트론이라는 로봇이 나옵니다. 로봇 액션 씬도 건담처럼 화려한 연출보다는 밋밋한 연출로만 나왔습니다. 박력 있는 전투를 기대했던 분들에겐 큰 실망을 얻었죠. 무엇 때문인지 전투 장면을 보기가 정말로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밋밋했던 이유는 사실 사회적 이유 때문에 그렇습니다. 1994년에 한국에서는 지존파라는 대규모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 사건이 터졌을 때, 당시 체포된 범인들은 범죄수법을 폭력영화를 통해 배웠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에서는 범죄의 시발점이 되지 않도록 수입된 영화나 개봉된 한국영화에 폭력적인 요소가 있으면 무조건 편집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들 중 대표적으로 피해를 많이 입은 영화가 올리버 스톤 감독의 내추럴 본 킬러가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편집을 너무 많이 당해서 영화를 돈 주고 보기에 민망스러울 정도였다고 하네요. 이 사건 이후로 제작된 작품들은 조금이라도 폭력적이면 무조건 편집당했다고 합니다.
일본과 한국의 시선
뉴타입이라는 잡지에서 2000년대 초반에 한국 로봇 애니물 역사를 평가했었습니다. 당시에 이런 말하긴 민망해도 이 작품에 대해 정말 망했다고 적었습니다. 액션 씬이 너무 밋밋해서 성공하기는 많이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죠. 저도 이 내용에 공감합니다. 당시 기준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기술력은 발전했지만 상업적인 면에서는 완전히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업적인 면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을 뿐, 작품성까지 안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들은 성장한 뒤에도 이 작품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나쁜 결과는 아니었죠. 단지 해모수와 함께 방영되었던 일본의 애니메이션들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모든 면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간, 파이버드, 가오가이가 등의 용자물과 세일러문 시리즈 등 인기 경쟁상대들이 너무 많기에 비교한다는 건 꽤 무모했습니다. 그래서 해모수와 관련된 완구나 관련 상품들이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다른 작품들에 비해 너무나도 적었던 점을 보면 매출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죠. 이렇게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술력과 상업성은 당시 일본과는 비교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됐습니다. 게다가 한국 IMF 외환 위기 상황이 닥쳤는데도 일본에 수출까지 했기에 완전히 망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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