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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多作)과 과작(寡作), 작가의 성향인가?

by 기호쿤 2023.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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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pixabay.com/photos/books-library-read-shelves-shelf-1617327/, Marisa_Sias

 작품을 많이 내시는 작가 분들도 있는 반면, 정말 적게 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걸 또 맞네 틀리네라고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급적 지양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생각은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면 팬들이 원하는 건 작가가 꾸준히 작품을 연재해 줬으면 하는 기본적인 바람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 연재가 뜸한 게 계속되면 독자들은 지금쯤이면 작품이 나올 때쯤 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게 되죠.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진 창작

 여러분들은 작품을 많이 배출하는 작가를 좋아하는지요? 저는 작품이 꾸준히 연재만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합니다. 작품을 통해 작가가 잘 지내는지, 아니면 잘 못 지내고 있는지 안부인사처럼 확인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작품을 다작한다는 것은 기업 형태로 제작하지 않는 이상 결코 쉽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작품을 많이 만들어 만화방이나 대여점, 서점 등에 많이 보급하는 것에 초점을 뒀으면, 현재는 작품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된 고퀄리티로 만들어야 합니다. 게다가 인터넷이 보급화 된 이후에 독자들은 저작권 문제와 표절, 모방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평가합니다. 이런 이유로 특정 장르의 인기가 오르면 작가는 오히려 신중해져서 작품 발표를 늦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발표할 작품과 겹치지 않는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일본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인기 있는 장르가 확 떠오르면, 너도나도 가릴 것 없이 작품을 마구 찍어내는 작가들이 정말 수두룩 합니다. 그렇다 보니 작품성이 조금이라도 좋거나 독창적이면 억 단위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하죠. 대표적인 사례로 2010년대 중후반에 유행했던 이세계 장르(현실에서 시궁창 같은 인생을 살았으나 다른 세계로 이동하면서 주인공이 주목받는 인생을 사는 스토리 방식)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작품 내기가 너무 부담스럽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창작하기 정말 어려운 사회입니다. 정보가 흘러넘치지만, 내가 얻은 정보가 올바른 정보인지 아니면 잘못된 정보인지 바로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판단만 어려울 뿐 아니라 경험 자체에 대해 생생하게 직접 느끼기가 많이 어렵죠. 제가 생각하는 창작은 개인이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온 기억과 경험들을 자신이 되새기면서 글로 기억하는 걸 말합니다. 즉, 방구석에만 있는다고 될 일이 아닌 거죠. 창작이 고통스러운 건 내가 여태까지 겪은 모든 경험을 어떻게 표현하며 적어야 할지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변인을 통해 듣는다고 해도 내가 직접 표현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창작한 결과물이 고퀄리티인지,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지 등의 여러 평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작가로서는 부담감이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덕분에 슬럼프로 바로 이어져 공백기가 길어진 작가들도 있고, 창작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커져 의욕이 낮아진 작가들도 있습니다. 생계적인 이유와 건강상의 이유로 작품을 자주 연재하지 못하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작품을 쉽게 못 내놓는 작가분들도 정말 많습니다. 특히 나홍진 영화감독은 작품을 계속 만들면 만들수록 공백기가 길어졌는데, 공백기가 길어진 만큼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졌다는 말도 있습니다.

다작보다는 이걸 더 신경 써야 한다

 작가로서 더 중요한 건 작가만의 일관된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이게 없으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착이 모자라서 남에게 뺏기기 쉽습니다. 이런 작가의 내외적 어려움을 잘 아는 영화/드라마 제작사는 이 틈을 이용하여 금전적인 이윤을 보장해 준다는 명목으로 원작자와 2차 창작물에 대해 협상하자고 합니다.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2차 창작물로서 성공한 케이스가 많은지 살펴봐야 하지만, 자본력 때문에 일단은 협상에 응합니다. 이후에는 제작사에서 원작 훼손에 가까운 2차 창작물을 원작자에게 통보합니다. 원작을 훼손시키지 말라며 강하게 주장해도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늦었습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수긍한 셈입니다. 작가가 제작사와의 협상과정에서 자신의 철학이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하고, 원작 훼손에 대해 심각하게 경고를 안 한 것입니다. 일본 작가들도 이런 문제를 이미 셀 수도 없이 많이 겪었습니다. 그래서 제작사와 투자자가 누구든 상관없이 원작을 훼손시키지 말 것을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2차 창작물의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의 철학이 담긴 작품을 우선시합니다. 협상이 결렬되어도 자신의 철학을 굽히면 안 되는 게 작가이고, 작품에 반영된 작가로서의 철학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왜 일본의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철학과 애정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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