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제가 군대서 상병때 봤었습니다. 당시에 친구들이랑 같이 극장가서 봤었는데, 보고나니 찝찝함이 남더군요. 전역할때쯤에 당직 부사관으로 근무해서 이 영화 봐도 되냐고 당시 당직 사관님께 여쭤봤었는데, 이 영화 자체가 시청 금지 영화니 보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왜 금지된 영화인가?
개봉 당시에 국방부는 군 부대 전체에 영화의 내용이 군 이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람하지 말라는 공문을 내렸습니다. 저때 당시에 저는 휴가라서 휴가 복귀 후에 저 소식을 알게 되었는데, 영화 내용 자체가 금지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국전쟁 때, 한국군은 포항 철수작전을 엄연히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적군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아군을 사살해가면서 무질서하게 철수했다고 묘사했죠. 있어서는 안될 엄연한 역사왜곡입니다. 또한 적군인 북한군과 중공군에 의해 아군이 전멸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대위인 중대장은 무조건 상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무능력함을 영화에서 보여줬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입장에서는 결코 눈감고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영화로 인해 한국군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게 그려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자회견 통해 유감스럽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애매한게 이 영화 자체가 실화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가상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가상 속에 실제 사건을 넣은 방식의 영화라서 영화사에 대한 언론 발표를 하는 것 보다는 전 군에 영화를 보지 말라는 공문으로만 남기는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런 논란 때문에 이 영화는 역사왜곡 외에도 고증 조사가 미흡해서 생긴 오류로 엄청난 비판을 받았습니다.
시대적 고증
이 영화와 시대적 고증과의 격차는 생각보다 꽤 큽니다. 포항 철수작전은 매우 성공적인 작전입니다. 휴전회담이 장기화된 원인은 남한과 북한의 포로 송환 문제가 제일 큰 문제였고, 한반도에 미국을 묶어두려는 스탈린의 전략도 한 몫 했었습니다. 고지전이 이루어진 시기에 북한군이 존재했었냐도 살펴봐야 합니다. 왜냐면 전쟁 후반기로 갈 수록 한국군은 더 이상 북한군과 전투한게 아니라 중공군과 전투했기 때문입니다. 북한군은 미군의 무자비한 폭격으로 병력이 거의 전멸됐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화인민공화국에 병력 지원을 요청하여 많은 병력이 한반도에 넘어오게 된거죠. 실제로 참전용사들 중에 전쟁 후반에는 북한군보다 중공군이 더 많이 보였다는 말씀이 정말 많습니다. 휴전 당일에 마지막으로 총 공세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실제로 휴전 조인 이후에는 각 군의 보병들이 고지전을 펼친 것 보다는 포격과 폭격이 많았습니다. 한국군은 북한군의 기동력에 발을 묶고자 교통 인프라 시설에 많은 폭격을 했죠. 고지에서는 포격전만 있었다고 하구요. 하지만 휴전 조인 이전에는 영화처럼 치열하게 싸웠다고 합니다. 이 때 국군은 저격능선 고지를 빼앗겼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이 전쟁에 여성이 참전했는지에 대한 찬반론이 오갔는데, 중공군 여성 저격수만 있어서 가능성만 있다고 합니다.
프래깅을 바라보는 다양한 눈길
이 영화를 다른 말로 프래깅 영화라고 합니다. 프래깅이 뭔지 찾아보니 아군을 고의적으로 없애는걸 말합니다. 주로 상관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묘사에 대해 미국인들은 상당히 민감해 합니다. 왜냐면 미국이란 나라는 현대 사회에서 전쟁을 굉장히 많이 겪은 나라에다 군인을 존경하는 문화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미국 관람객들의 평가는 전체적으로 괜찮다고 하지만 호불호는 확실히 있다고 합니다. 주저없는 프래깅씬에 대해 놀라면서 신선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또한 2차대전식 미군 장비를 무장한 한국인들이 치룬 전쟁에 대해 많은 미국인들이 흥미를 느꼈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국전쟁에 참여하신 국가 유공자 분들도 계셨다고 합니다. 아마 한국전서부터 베트남전까지 한국군은 미군과 거의 똑같은 군 장비를 갖춰서 동질감을 느꼈던게 아닐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일본에서도 개봉했는데,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중 우타마루라는 분은 좋은 호평을 남겨 주셨죠. 반면에 역사왜곡과 미흡한 설정오류,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 문제가 많다고 평가했습니다. 프래깅에 대한 묘사는 한국 영화에서 꽤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포항 철수 작전으로 한 프래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오히려 작품에 마이너스 요소가 되었죠. 무슨 의도를 담았든지 간에.
댓글